소통이 사람을 평가하는 유일한 척도라면, 아마 나는 낙제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가장 나와 얼굴을 마주할 가능성이 큰 연구실 사람들도, 내가 툭하면 집으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나의 빈자리를 구경하며 지내고 있고, 다들 딥러닝을 할 때 나 혼자 다른걸 하기 떄문에 내용 공유도 거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제일 위치적으로 가깝다는 그들도, 어쩌면 나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친구랑은 바쁘다며 못 만난지 한 달이 넘었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남들은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지만, 나는 1년 동안에 열 손가락 안에 꼽는 것 같다.
거기다가 유머감각은 없다시피 하고, 딱히 뭔가 재밌는걸 남에게 갖다주기보다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느라 가끔은 사람들이 있는 사이에서도 멍하니 있기도 한다. 특별히 용무가 없으면 남에게 연락하는 것 조차 하지 않는다.
그나마 잘하는건 메신저나 이메일, 페이스북 메시지에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안에 답장한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누가 힘들다고 찡찡대면 나도 힘들어하고, 기뻐하면 나도 기뻐하고 하는거 보면 공감능력도 그리 부족한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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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생 이렇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지만, 그게 가능할지부터가 이슈이고
최근들어서는, 이렇게 생활하는게 뭔가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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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에 빠지거나, 학문에 빠지거나, 게임에 빠지거나, 군대에 갔다오거나, 감옥에서 장기 복역하고 나오거나 하면 현실감각이 없어지곤 하는데
내가 꾸준히 이렇게 생활하다가 사회에 냅다 던져졌을 때,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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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런 현실감각 없는 삶도, 그리 큰 죄가 되지 않을 수 있고,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는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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