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자야지 이제...

어제 3F라는 학내 금융동아리 설명회에 다녀왔다.

이야기를 안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맴돌아서 풀어야겠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그 때의 신선함은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점도 있었던 신선함이었지만, 그냥 내가 느꼈던 바를 아무 여과 없이 풀이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기대를 벗어난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그렇다.


솔직히 설명회에 참석하기 전에는 가기 싫어 귀찮기도 했고, 동아리가 설명회도 한다고 하기에 조금 황당하기도 했다. 뭔 동아리가 설명회까지 하나? 홍보를 위한 방식인가?

설명회를 한다고 해도 강의실을 하나 잡았으니 그냥 학교 학생들이 모여 활약하는 동아리니 뭐 전에 한국은행 금요강좌같은 웅장함이나 전문적인 이야기가 가미되지는 않겠지. 많이 우습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솔직히 맞았다.

단지 놀랐다는 것은


우선 동아리 회원들이 정장을 입고 왔다.

회장이라는 사람은 안입었지만

그래도 나름 더럽게 보이지는 않으려고 신경쓴 흔적인 보였고,

그렇게 설명회를 한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을 표시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별 내용이 아닌 것에서 어필을 하려는 모습에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냥 간식은 맛있게 잘 먹었다. 쓰레기도 치워주려고 하고. 나야 고맙지. 거기다 동아리 회원 중에 운용이 형이 있어서 간식 하나를 더 챙겨올 수 있었다. (근데 나왔을 때 왜 이리 신경쓰였지? 거지로 보였나 내가 하고.. 아무래도 그들이 예상을 뒤엎고 정복을 갖추고 왔다는 데 긴장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혁신인력개발원의 지원이 있다고?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솔깃했다. 그래서 저렇게 정장을 차리고 텃새의 느낌도 있었던 것이었군 하고 몇 가지 신선함에 대한 근본 충격에 대해 해명을 풀이할 수 있었다. 동아리가 사람 수를 정한다는 것은.. 아 내가 운영하는 통화정책경시대회 팀이 있었군. 그런데 일반적인 공식 동아리가 사람 수를 정하던가? 그런면에 있어서 처음부터 의아했던 부분이었다.


지원서를 쓰고 나왔지만, 행여 연락을 받게 되더라도 면접을 보아야 하는군. 그럼 나는 정장을 차려야겠군?!

예의는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복잡하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안하고 있는데, 카페 내용면에서도 솔직히 우리 통화정책경시대회 스터디 카페가 훨씬 질적 양적인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가입을 지원했는데, 조금 헛기침을 만들었다.


나는 츄리닝 바람으로 (지금 방에서는 혼자 있으면서 팬티 바람으로 있군) 공부를 같이 해도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좋다. 공부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이상 특권이지만, 인권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특권이 되지 않을테니까.

어렸을 때 나는, 세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무조건 좋아지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만도 아니네?


어떠한 일이던 그에 따른 작용-반작용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나는 지금 머리가 깨어가는 만큼 그것을 더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조금 아프지만, 어른이 되어가는군.

제목은 설명회에 다녀왔다인데

별로 쓸 말은 없다. 예상대로 동아리 홍보를 위한 자리였고

동아리 인원을 모집하는 자리였다. 지원 원서를 쓰고 나왔다. 간단했고, 별로 어렵지 않았다.

면접을 본다는 것 같은데, 우선 지원 원서가 합격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겠지.


공부를 잘 하다가 갑자기 여기에 들어왔다.

마지막에 내가 쓴 일기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쓴 내용 치고 잠을 잤다, 게을렀다, 잡생각을 했다 등의 내용들로 내 일기장을 채운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순간 왜 이걸 영어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조회수가 미미하다못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지만, 어찌되었든 내가 공개하고 치부를 표현하는 공간인데,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을 지언정, 너무 게을렀던 때만 일기에 회포를 풀듯이 일기장을 활용한 것 같아서 뜨끔했던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밤새 공부하고 했던 좋은 내용들 굉장히 많은데 꼭 굳이 그렇게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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