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아버지가 생각났다. 왜 생각났을까..
그냥... 내가 공부를 하다가.. 아까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지.
언제나 같은 얘기지만, -밥 먹었니, 뭐 먹었니, 왜 라면을 먹었니, 밥 꼭 챙겨먹어라, 날씨 추워졌으니 조심해라. 전기장판 틀고 자라. 등등- 그 어머니의 말투에서, 목소리에서, 정말로 나를 걱정하고 걱정하는 듯한 따뜻함이 배어나온다. 그런데 아버지는...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아버지한테 피해를 너무 많이 보았고 받기는 커녕 매를 많이 맞았다.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 마음에 안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훨씬 많았다. 내가 대전으로 오기 전에도 맞았었다. 지금은 반성하는 척을 하지만, 내가 그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목이 졸려 피가 고이고, 옷이 찢어진 상태로. 나는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야간인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주간이었으면 너무 창피해서 일터를 뛰쳐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보는 사람도 적고, 오는 사람도 꾀죄죄한 그런 심야였다는 것이 내겐 천만 다행이었다.
다행? ...훗.
대전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조금 긴 장문이었는데, 아버지가 실없이 잡생각을 한 뒤로 간간히 내게 문자를 보내는 습관이었다. 내용은 요약하면 '그동안 내가 실없이 산 것 같아서 미안하구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였다. 지랄하네 하고 휴대폰을 닫아버렸다.
안지웠군. 지워야겠다. 지금 지웠다.
나는 최소한 친구들보다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보다는 돈이 많은 편이고 친구들보다는 평판이 좋고 비전이 갖추어진 편이다. 끊임없이 걱정과 안부전화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해주시는 자상한 어머니. 따뜻한 친척들. 친한 친구들과 최고라고 자부하기보다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욕심을 내면 분명 끝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나는 분명 많은 것을 갖추고 있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해도 무방할 텐데, 나는 왜 꼭 잘 나가다가도 잘 웃지를 못하고 욕심을 키우게 되는 것일까? 그런 이유를 생각해보니 언제나 나에게 걸림돌이 되어온 아버지. 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늘 기분이 더럽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좋은 식사 좋은 집 좋은 생활을 하면서도 나보다 못한 효율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나는 그런 환경에서 지내왔다면 정말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창출해 내지 않았을까 한다. 성과라는 것은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의 도움이 있어야 그것이 시너지가 되어 매우 큰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아버지는 그러기는 커녕 못살게 괴롭히고 방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아버지가 싫었고 못마땅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아버지를 혐오했다. 유감인 것은 그것이 정답이었다는 것이고, 그걸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무척 짧았다는 것이고, 나는 지금도 휴우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지. 20여년의 악행이 어디 가겠어? 그렇다면 나는 20여년을 복수해야지. 안그래?
그를 걱정한다기 보다, 그를 어떻게 하면 괴롭고 죄책감에 스스로 자멸하는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인가가 내 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지금의 실정이다. 나는 이렇게 성장하고야 말았고, 그는 엄청난 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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