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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사로 오는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버스 창 밖을 보니
  벛꽃이 흐드러지게 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얼마전에 학교 벛꽃길에서도 벛꽃축제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게 며칠 전인데,
  벌써 질 때가 되었다니, 이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간 참 빠르다."

  벛꽃을 지는 모습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쓸쓸하다고 여기지만,
  오늘 내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느낀 감정은 그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나무는 봄, 여름 즈음에 겨울순을 만들 채비에 분주하다고 한다.
  겨울순이 이름이 겨울순이지, 사실 한창 영양분을 빨아들일 시기부터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나무가 잎을 떨어트린다는 것은,
  이제 햇빛을 충분히 공급받았기에 더이상의 햇빛은 과할 수 있으므로
  잎을 그만 떨어뜨려 햇빛을 공급받는 일을 중단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벛꽃은 참으로 역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겨울까지 주욱 사용할 영양분을 벌써 다 채비해놓았단 말이니, 부지런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일찍 펴서 길거리를 화사하게 밝혀주고, 머지않아 바로 꽃비를 떨어트려주는 활발함이 돋보여,
  사람들이 이런 역동적인 모습에 반하여 축제도 만들 만큼 벛꽃을 좋아하는가보다.



  어제 기숙사 사감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모처럼 택배가 와서 이를 받으려는 찰나에, 사감은 아예 대놓고 당직실로 들어오라고 쿨하게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망설여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본래 이곳이 외국인 기숙사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 사람에 대한 신뢰나 애착이 강한 모양이었다.

  딱히 물어보거나 한 것도 아닌데, 사감은 자신이 개발한 기숙사 출입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소개해주었다.
  "제가 만든건데, 어때요?"

  오. 이런 데이터베이스 구축하는 과정의 괴로움을 내가 아주 잘 알지. 키키키.
  "와. 정말 편리한 것 만드셨네요!"
  "이제 사생 명단을 절반정도 입력했네요. 나머지 절반만 입력하면 완벽해요."
  "와. 사감실 일이 그리 고되 보이지 않았는데, 일을 참 많이 하고 계셨군요."
  "음. 사실 하는 일이 별로 없어요. 이건 감찰관님이 시켜서 한 것이에요."

  이왕 말을 하게 된 김에, 수다를 조금 떨게 되었다. 그 사감은 나름 자기가 그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는 데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중소 회사들 같았으면 승진감이라고 내가 맞장구치며 띄워주었다.


  기숙사 제도가 분명하게 명시된 곳이고, 그 게시물이 곳곳에 걸려있었기에
  처음에 당직실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했었고, 이야기하는 내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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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게 당연하다고 지금도 여기고 있다.
  오히려 사감이 주저없이 들어오라고 하니 그 낯설음이란 참 적응이 되질 못할 성격의 것이었다.

  "사실 과학기술원이나 충남대 학생들은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거의 없고요. 특히 한국사람이면 더욱 그렇죠. 그래서 그들은 거의 봐줘요."
  "뭐 사실, 딱히 문제를 일으켜서 손해를 볼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데 실제로 중국인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이 문제를 많이 일으키죠."
  "허허, 그러게요. 사실 쓰레기를 투기했다고 엘리베이터에 벌점 공고가 붙어있는 것 보고 황당했어요. 찾은 사람도 고생이고, 자기들은 쓸데없이 잘못을 해서 벌점을 크게 받고…. 사실 의외로 이렇게 벌점을 받을 만한 일을 자주 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정말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외국인들이 잘못을 하면 벌점을 주는게 정말 가차없어요."


  사감실의 편견이었다.
  사실 그래서 내 룸메이트도 요즘 아르바이트를 함에 있어서 나름 편의를 보고 있기에 나름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이 곳에서 지내는 외국인들도 자기들 나름 타국으로 유학을 와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
  또 사감실에서 이토록 편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인상이 찌그러진다.

  그 와중에도, 나름 상대적인 수혜자가 되는 내 입장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되어 대화의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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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기숙사에는 분명히 이곳 저곳에 공지사항이 널려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타국으로 공부하러 와서 참 힘들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관심을 가지면 참으로 좋을텐데…. 내게는 이런 모습이 고질적이라는 데에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