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없음)

예전에 중학생 때, 바람의 나라라는 머드 게임이 한참 뜨던 당시에
조금 마이너한 곳에는 어둠의 전설, 마제스티 같은 머드 게임도 있었고,
나는 33.6kbps 짜리 모뎀의 비프음에 설레하면서, 전화비가 몇십만원이 나와서 엄마한테 회초리를 맞으면서, 그 마제스티라는 게임에 푹 빠져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친구 캐릭터가 나와 온라인 상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게 정말 신선하고 좋았어서
이렇게 편리한거, 나중에 기술이 발전하면 학교도 아예 온라인으로 출석해서 수업을 듣고, 투표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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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심지어 소프트웨어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에 이르렀으면서도,
여자/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문자나 전화로 하는건 참 성의없어 보이고,
내가 아플 때는 인공지능의 처방 보다는, 의사가 따뜻한 손길로 진맥을 짚어주는게 더 믿음직하고,
국회의원들이 굳이 국회까지 찾아가서 열일하는 모습을 보고 참 안심스러운걸 보면
인공지능이 뭐든지 다 해줄거라는 꿈은 누구나 갖고 있지도 않고, 동의하지도 않게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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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 안해도, 그동안 나는 데이터 분석을 블랙박스 모형에 맡기는걸 대차게 까면서 살아오긴 했다.

사실 데이터를 모델에 막 때려넣어보는 모습은 딥러닝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데이터가 전혀 연속적이지 않은 데도 그걸 회귀분석을 한다던지 하는 일은, 누구나 학부 때 한 번 쯤은 실수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최근에 산업공학과 대학원 수업 발표 수업에 참여하면서 보니, 이런 일이 대학원생한테서도 종종 발견되었다.
그리고 특정 가구에서의 담배 관련 총지출은 담배 가격이 비슷비슷하니 그냥 평균적인 담배 가격으로 스케일링하면 된다던지 (실제로는 안비슷하다), 근 25년동안에 산업구조가 정체되어 있을 것이라던지 하는 근거없는 가정을 들이밀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더 어려운 분석을 하기 위한, 가정으로 떡칠을 한 시작을 먼저 하는 것이라면 동의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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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적 방법도 좋고, 데이터마이닝도 좋고, 기계학습도 좋고, 딥러닝도 좋지만, 애초에 데이터를 엄밀히 살펴보지도 않고, 충분히 고민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그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를 충분히 찾지 않고 그냥 때려넣으면 그건 아무 소용이 없다.
설마 "아 몰랑 기계가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원래 오늘까지 깔끔하게 끝내려던 일이 있었는데, 일정이 벅차니 도저히 못해먹겠다.
그냥 여유를 갖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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