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박사 연계전공은 조금 현실적인 문제로 재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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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금전적인 면에 있어서 대부분 그동안 집안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편인데
고등학생때도 급식소에서 배식을 하며 급식비를 면제받고, 당시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수학여행비도 면제받을 정도로 극빈곤층이었었고
대학 시절때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부모님께 의지하기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에, 대학원 들어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아르바이트가 늘 생활화되어있었고, 학부 연구생을 했던 것도 "공부도 하고 싶었으면서 현실적인 면도 충분히 고려해서" 선택했었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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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성인이 된 이래로, 그렇게 늘 잠을 줄이고 노는 시간을 줄여가며 치열하게 아끼고,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도 책을 펴서 공부하다가 일 열심히 안한다고 혼나기고 하면서 바둥거리다가 겨우 20대 중후반 즈음에 겨우 안정을 찾고는
그 와중에도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끄나풀"을 놓지 않았어서 진학한 대학원이었기 때문에
사실 당시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지금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꿈만같은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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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물론 그 어렸을 때와는 상황이 크게 딴판이어서, 한 달에 책을 사는 데 수십만원씩 써대고, 가끔은 후배들에게 밥을 사기도 하고 간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예전같았으면 아르바이트를 해야했던 시간까지 모조리 공부하는 데 투자하고 있기도 하지만
당시의 아끼고 치열하게 살던 습관이 아직은 조금 남아있어서 그나마 가능했던거지, 그래봐야 대학원생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받는 월급은 한계가 있는거고,
이제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수료생"으로서의 삶이 시작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신상의 변화가, 지금처럼 하루 24시간 중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공부에 투자하는게 앞으로 얼마나 더 가능할까 하는 고민이 들게도 하는 것 같다. 수료생을 5년 10년 하는걸 원치도 않을뿐더러, 수료생 이후의 삶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으니,
그냥 공부나 하고 싶어했지, 앞으로 뭘 하겠다는 생각 없이 막상 앞을 보려니 앞이 보일리가 없었다. 
 이제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해야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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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가 "박사 이후의 삶"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왔기 떄문에, 이건 단점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는데
그동안에는 그리 급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태평하게 있지 말고, 억지로라도 앞으로의 삶을 생각해야하지 않나 싶다.
사실 공부를 꾸준히 더 하고 싶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약간의 늦깎이가 되어왔어도 결국은 너무 막 늦지는 않게 안정을 찾고 공부의 끄나풀을 잡게 된 것 처럼
공부는 "더 안정이 된다면" 나중에라도 또 이어서 할 수 있을테니, 일단 당장 코 앞의 내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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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안정이 되려면"
그만큼 지금보다 적금도 더 들어야 하고, 일도 더 해야하고 할텐데
그렇게 해야 "공부를 더 할 수 있을텐데"
태평하게 연계전공 같은걸로 코스웍을 더 듣겠다고 했던 것이, 내가 너무 현실감각이 없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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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공부의 끈은 물론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칠거지만
삶도 조금 더 치열하게 챙겨야할 것 같아서,
너무 태평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 일은 잠시만 접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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