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간신히 차리고

다이어리를 쳐 나간다.


오늘따라 마음은 가까웠지만 멀리 떨어져서 지낸 사람들과

유난히 많이 만난다.

힘들어하던 상황에서의 타인과 대면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대화과정에서는 유익하고 좋은 이야기만이 오가야 어색함과 거리감이 배제되기 마련인데

가뜩이나 여러가지 문제에 당면해 있던 나는 다소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그들이 가고 나서, 나는 일단 연락수단을 끊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 이래서 평소에 준비가 잘 되어야 하는건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 나는 개탄 말고는 하지 못하는 것인가.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아무래도 좀전에 마신 커피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돈을 쓰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잘 버티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만남은 반가워야 하는데 뒷맛이 씁쓸하지 않아 참 개운치가 않아

기분이 나쁘다. 나는 사람이 미운게 아니라 이렇게 지내고 있는 내가 싫어 이러는 것이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따위 후회는 하고 난 후에는 늦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예비로 태세를 갖춘다거나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FM대로 너무 벅차게 하려 한다고 욕하고만 볼 것인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많은 고민들-일을 그만둘까, 도망갈까, 아버지에게 욕을 퍼부어댈까 등등-을 하나씩 배제해 나가다보면

딱 떠오르는 '내가 반드시 할 일'에 대해서 명확히 수렴되어 나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나는 어떠한 사람이고 어떠한 행위를 주로 하고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어떠한 것을 추구하며

어떠한 것을 주로 습관으로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구체적으로 지어놓은 컨셉이 있고

그리고..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확고히 밀어붙일 자신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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