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했었던 만큼, 미/거시 경제학 이론을 아주 조금은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경영학도 복수전공이었어서 4대장인 인사, 마케팅, 재무, 생산관리도 아주 조금씩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경제학, 경영학 논문을 쓰지는 않는다. 학부 때 배운 것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제약 하에서의 이론들 뿐이고, 이런 제약들을 깨나가며 (물론 경제학 논문이라면 실생활과는 아주 빗나가서는 안됌을 고려해야하기도 하다고 알고 있다) 논문을 써야할텐데, 내가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 많은 상황들은 이미 다 연구가 되었을거고, 내가 더 생각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만큼 내가 경제학에 대한 내공이 뛰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 분야에 새롭게 도전하겠다며, 그만큼의 내공을 쌓을 만큼의 시간을 쏟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고...)

내가 조금 아는 것을 가지고 지금 내가 공부하는 분야와 접목을 시키기도 곤란할 것이다. 분명 내가 학부 때 배 운 학부생 수준의 이론들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아, 많은 발전을 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발전된 이론들을 파내려갈 자신도 없으면서, 그저 내가 조금 아는걸 접목하겠다며 덤벼든다면, 그렇게 연구한 결과물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뭐. 내가 일개 박사과정 학생이니까, 졸업 빨리 할 것을 목표로 삼고 마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인 양 내 지도교수님을 속이며 학위를 받아내려고 한다면, 써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금방 들통날거다. (물론 지도교수님이 바보가 아닌 만큼,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일 뿐더러, 그렇게 학위를 받아들고 밖에 나가도, 누군가에게는 발목을 잡히게 될거다.)

물론 약간의 테크닉은 빌릴 수 있겠지만, 내가 이렇게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가요~ 하고 감히 떠들수는 없을 것이다.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는건, 경제학개론 수준의 이론을 빌린 다른 분야의 논문을 갑자기 보게 되어서이다. 제 딴에는 경제학 개론 수준의 이론을 빌려다가 자기 분야의 새로운 이론을 설파하고, 결론은 이게 최고다라는 식이었다. 경제학개론을 공부하는 학부생들끼리도 주구장창 까는 그 제약조건들은 어찌하려고 하는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논문이라면, "한계 및 발전방향" 정도로는 언급이 되어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이들의 접목의 시작을 알리는 논문이라기에도 너무 낮은 수준에서 접목을 한거라 그리 노력이 느껴지지도 않는데, 이걸 책에다가도 싣고, 공식 저널에다가도 싣고, 또 이걸 좋게 리뷰한 리뷰어들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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