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최근에 너무 무리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서 잠깐이나마 슬럼프가 오려 했는데,
그 슬럼프마저도 주변 동료들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나를 긴장시켜서 억지로 억지로 끌고가려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슬럼프가 있었는지를 잊게 한다.
.
가끔 찾아오는 슬럼프는,
"내가 이런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되는건가?" "그러기엔 내가 너무 부끄러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이 생각이 반복되고 반복되고 하다보면 끌없이 헤어나오지 못하곤 하는 거였는데
그것 마저도,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내가 다시 살아나야한다"며 다독이는 걸로 마무리가 되곤 했고,
그렇게 열공 -> 슬럼프 -> 열공 -> 슬럼프를 반복하다보니 여태 살아남아있는 것 같다. 계속 이렇게 살았으니, 이런 와중에 갑자기 고꾸라지거나 하진 않겠지.
.
이렇게 살다보니 더러는 내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도 확인되고 하면서 그와중에 자신감을 찾고
또 그러다가, 내가 누구보다 잘 해야함에도 남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걸 보면서 다시 자괴감을 갖고 슬럼프에 빠지고...
.
근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만 그렇게 사는건 아니겠지 싶고... 뭐 그렇다.
.
내가 종종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지방대에 있었을 때는, 10명 중에 1~2명만 밤을 새서, 나도 밤을 새면 그래도 상위권에 있을 수 있었는데
여기는 다 같이 밤을 새기 때문에 내가 밤을 새지 않으면 살아남을수가 없다"이다.
.
최근의 슬럼프를 회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게 했던 것이, 내가 처음에 고대에 합격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었는데,
당시에 정말 기뻐했던 이유는, 학교의 네임벨류 이런 것에서 기인한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랬으면,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했던 것, 카이스트에 합격해놓고 통계학을 잘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고 느껴 포기했던 것을 크게 마음의 짐으로 남겨두었겠지.)
그 당시 나는 항상,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큰 도움을 받기보다는, 내가 역량을 계속 발휘하면서 이끌어야하는 상황이 너무 잦았었고
그 와중에 나는, 내가 부족한걸 스스로 알다보니 내 실력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늘 느꼈었는데, 당시 정황이 내게 그럴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아서 많이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
물론 도움만 받고 살겠다는 도둑놈 심보를 가져서는 안되겠다.
단지, 누구 뛰어난 사람 한두명만 노력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와중에 나도 힘을 얻고 빛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 환경을 만족하고 좋아하는 큰 이유이다.
'다이어리 >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그렇게 했다면 학교 망신시킨다고 선생님들께 크게 혼났을텐데. (0) | 2016.05.18 |
---|---|
한 1000만번만 더 해보자. 잘하나 못하나. (내용 없음) (0) | 2016.05.17 |
괴리감을 많이 느낀다. (0) | 2016.05.17 |
알파야 (0) | 2016.05.15 |
data.go.kr을 볼 떄마다 (0) | 2016.05.15 |
지금이라도 푹 잘테다. (0) | 2016.05.13 |
오늘 갑자기 뜬금없이 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름 결론도 낸 것 같다. (0) | 2016.05.12 |
뭔가 심경에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내용 없음) (0) | 2016.05.11 |
아마 잘 진행된다면, 겸사겸사 내 2번째 R 패키지가 만들어질 것 같다. (0) | 2016.05.10 |
내가 풀었던 문제를 되짚어보고 있는데 왜 오답인지 모르겠다. (0) | 2016.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