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학원 후배가 졸업 앨범을 보면서 "역시 외모가 전공을 따라간다"는 뉘양스의 말을 한게 뜬금없이 생각이 나는데
옆에서 낄낄거리고 웃어주고 말았지만, 사실 나도 꽤 와닿게 공감하였다.
확실히 내가 컴과로 온 이래로, 주변 사람들이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잘 맞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걸 느꼈었는데, 그 사례 몇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1. 프로그램 수정사항이 있는데, 이게 금방 되지 않는 경우임에도 타 과에서는 "시키면 금방 해내야하는거 아니냐" 하며 몰아붙일 때가 많아서 싸울 때가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금방 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면 납득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한편으로는, 수식을 풀어내는 것의 고됨을, 혹은 수식 자체를 말로 설명하는 것의 고됨을 어필함에 있어서는 그 반대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2. 내가 별다른 취미생활 없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다보니, 여타 커뮤니티 사이트를 애용하지 않음에도 인터넷 세상에서 돌아다니는 유머를 많이 접하는 편인데, 이걸 RL에서 구사하면 함께 웃어주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 사람들 앞에서 이런 유머를 구사했다가 일베하는 사람이라며 뒷담화를 당한 경우가 있었다. (...)
3. 말을 그리 잘 하지 않아도 조직 안에서 쉽게 묻어갈 수 있다. (나 외에도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내가 컨디션 기복이 커서, 컨디션 안좋을 때는 텍스트로 전달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는데, 다른 곳에 있었을 때는 이걸 그닥 수용해주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밤샘 코딩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나처럼 컨디션 기복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분위기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로 만들어진 것 같다.
4. 무언가 타자를 치고 있는 "척", 책이나 페이퍼를 보는 "척", 이런 "척"은 안해도 된다. 특히 무언가 코딩을 하려면 그에 앞서서 구조를 생각하고 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충분히 존중받는 느낌이다.
5. 내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어도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믿어주는 편이다. 하물며 밤을 새서 무언가를 하다가 기절해버리면 그래도 이해를 해주는 편이다.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불호령이 떨어졌었다. 하물며 연락이 왔을 때 1분 안에 답장을 못하면 그 날 서류가 날아오기도...) 석사 때는 컴퓨터에 눈을 떼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정시 출근을 하거나, 예고 없는 부름이 있었을 때 정말 괴로웠는데, 여기 오니까 원격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고, 또 서로 잘 활용한다.
너무 좋다는 식으로만 얘기했지만 사실 장단점이 있고, 다른 분야에서도 그 분야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인데, 몇 가지는 다른 분야로 가져가도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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