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학원 후배로부터 "존경한다"는 말을 듣게 되어서 감격했었으면서도
사실, 솔직히 당시에는 "얘가 나한테 뭐 얻어먹고 싶어서 이러나", "원래 성격이 이런가" 막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또 다른 후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나는 내가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또 객관적으로도 주변에 워낙 뛰어난 사람이 많아서 스스로를 막 내세우기가 조심스러운데도
이런 말을 두 번째 듣게 되니, 이 후배들이 고마우면서도,
진짜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별 차이 안나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아무래도 내가 그들보다 조금 더 선배이고 하다보니, 더 많은 것을 퍼주고 싶게 되고, 뭐 그렇다.
그리고 우리 대학원은 이런 문화가 잘 갖추어져 있다. (학부도 그런 듯 하다.)
나도 혜택(?)을 많이 누렸고.
이런 문화가 너무 좋아서 정이 많이 들었다.
나도 원래 학부 때부터도 후배를 챙긴다는 이런 개념이 있긴 했어도, 그 때는 약간 가식도 섞여있기도 했고, 워낙 팍팍하여 이게 특이한 케이스였는데
이 곳에서 제대로 체득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조건 없는 퍼줌"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거나 그럴 것일거다. 특히 그 후배가 여자라면 "내가 무언가 꼬드길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닐까?" 의심할수도.
나는 남자던 여자던 똑같이 표현할 것은 표현하고, 화 낼 때도 똑같이 화내고, 부탁하거나 시키거나, 또 상사로 대하거나 등등 할 때도, 그 성별 때문에 차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었다.
(남자한테도 "내 새끼", "우리 애기" 같은 표현을 하곤 한다. 다른 남자들은 기겁하지만)
그런데 "존경한다"는 표현을 해준다는 후배와 더불어, "부담된다"는 표현을 한 후배도 함께 나타났다.
물론 좀 별난 아이이기는 했다. 학기 초에는 그 아이가 선배의 멱살을 잡았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 이후로 많은 이들이 그 아이를 꺼려했고, 뒷담화도 많이 들려왔다.
나는 나와 상관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냥 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피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한 것 있니?" 하며 열심히 어필해보고 나서야,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나의 진실된 행동 하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행여나 내가 뭔가 큰 악의를 품거나 했었다면, 진짜 큰일났을 뻔했다.
어쨌든 이 극과 극인 두 결과를 보면서, 내 모습을 뒤돌아보게 된다.
새해에는 이걸 많이 참고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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