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재광 교수님께서 페이스북에 남긴 글.




어느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심사하고 있는데 이 논문의 기본 아이디어는 2년전에 내가 내 학생이랑 연구한 방법론과 동일한데 거기서 더 많이 진전을 해서 논문이 완성이 되었다. 내 학생은 2년전에 그 내용을 가지고 학회에서 발표를 한 후에 계속 미적되어서 별 진전이 없었고 이 사람들은 그 내용을 더 발전시켜서 결국 좋은 논문을 완성했구나.


교훈:

1.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괜히 학회에서 발표하지 말것. 특히 아이디어가 좋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2.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하게 되면 논문을 일년내에 완성 시킬 것.

3. 학생에게 연구 아이디어를 줄때에는 가급적 그 학생에게 맞는 내용을 줄 것. (이 학생은 컴퓨터를 잘 못하는데 컴퓨팅을 많이 해야 하는 연구 아이디어를 주었음)

4. 학생이랑 논문을 쓰는 것은 아마추어랑 일을 하는 것이므로 그만큼 리스크가 큰 것임을 명심할 것.






한 사람의 욕심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상식적이고 옳은' 생각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글이다.


무언가를 해야하는 시기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도중에 멈추게 되는 지금.

이게 다 트라우마를 여태 쉽게 벗어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된다.

정신 못차리고 있다고 자꾸 자책하면서도 실천이 잘 안된다.


어떤 것을 실행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는 꿈을 꾸고 해야하는데

내가 해야할 일은, 그저 망신만 당하지 않게, 죽지만은 않기 위해 하는 발버둥일 뿐이고,

이렇게 잘 해서 버텨내 나가게 되더라도, 그 곳에서 또 새로운 위험을 만날 수 있다는 두려움,

그 많은 환경과 빚을 이겨냈던 나로서도 버티기 힘들었고

이해도 할 수 없었고,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그 일들의 트라우마를 회복하려고 해도

되돌아와있는 유토피아를 누리는 것은 내가 아닌 후배들이고, 이제와서 나도 되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하물며 그 와중에 난 너무 많은 것을 잃은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난 그저 한 마리의 몰모트였을 뿐?

그 때의 나는 왜 욕을 먹어야 했고, 지금의 나는 왜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뭐 이런 질문?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니, 되돌리면 내가 당했던 일들을 다시 당해야하니 되돌려도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체념?

그래도 그 때는, 니가 그따위로 하면 내보내겠다 하는 겁박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반대로 내가 당신의 옷을 벗길 수 있다는, 모양이 나쁜 자신감만 얻어냈나?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들이 공부 잘 하고 있다고 믿으며 시레기국을 삶고 있는 엄마의 웃음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일 모레 밥이나 한 끼 사주겠다며 찾아오시겠다는 교수님의 연락을 모처럼 받으면서,

지금 나는, 온통 스스로가 비관에 차 있고, 이것을 애써 감추려 해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나타나곤 하는데,

이들에게도 여차 이런 모습이 비춰질까,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보여줘야하는데 그러지 못할까

그런 걱정만 든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삶의 의욕이 안생길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 전에는 다시 살아나야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고,

또 그 조바심이, 또 무언가 문제를 만들어낼 것 같아서 걱정이 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내가 싫다.


진짜 나는 지금 왜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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