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문득, 5년 전 쯤이었나?

내가 그 때까지만 해도 정말 심각하게 가난해서, 매일 김밥천국에서 파는 천원 짜리 김밥 2개로 하루 끼니를 때우며 살다가,

그 때 교수님 연구 일을 도와드리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처음으로 김밥천국에서 김밥이 아닌 김치찌개를 시켜먹었고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그 김밥천국은 김밥이 아닌 밥 종류를 시켜먹으면, 기본 반찬인 김치 + 단무지에서 좋은 반찬을 두 개 더 추가해서 줬는데,

그 때 더 줬던게 연근이랑 계란말이였다.

그 때 옆에서 김밥 시켜먹던 여학생이 계란말이를 엄청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더라고 페이스북에 썼나? 트위터에 썼나? 그랬었다.

(그 때 후배가 달았던 댓글도 기억난다. "계란말이 하나 주지 그랬어요 ㅎㅎㅎ")


그 때는 그거 먹으면서 내가 마치 부르주아 대학생이라도 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김밥천국은 쳐다도 보지 않고, 집에 피자 시켜놓고 안먹다가 며칠 지나서 버려버리는 대학원생이 되어버렸다.


1. 많이 컸다고 나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

2. 이게 뭐 대단한거라고 스스로를 뿌듯해하냐며 촌티내는 나를 부끄러워해야하는지,

3. 낭비한다고 부끄러워해야하는지

기분이 오묘하다.


아무래도 3번이 정답이겠지?

피자 시켜놓고 먹지도 않고 있다가 버리는 와중에 별 생각을 다 한다.

(사실 안먹은게 아니라 최근에 갑자기 체하는 바람에 못먹었던거다. 욕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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