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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마 그에게 불편한 이름일 것이다.
  사실 그만큼 불편한 사이이기도 하고.

  의뭉스러운 사이로 교수와 있다는 것은,
  고백컨데 신나는 일이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고백이지만,
  덧붙이자면 나는 꿍꿍이가 남다른 또라이, 싸이코도 아니고
  도덕적 딜레마를 미끼로 체제의 전복을 낚으려는 선동가도 아니다. (사실 그럴 위인도 못된다.)

  그를 주축으로 이런저런 논쟁이 오갈 때, 그가 그의 후배 교수들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내던질 때, 그가 학생들에게 나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할 때,
  나는 병신같은 부친과, 다 죽어가는 할머니와, 이런 가정환경을 겨우겨우 짊어지고 가는 모친을 도우며
  마냥 돈을 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마저도 의심을 받았고, 또 사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돈일 수 있는 와중임에도) 인기를 누릴 수 있어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건 아마 이 곳이 학교이기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행적에 몰입되어 옹호도 했다가, 거칠고 엄격하게 심판도 했다가 하는 잣대가 좋았다.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그 자체가 좋았다.

  교수의 헛소리에 학생이 맹목적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발표를 해대고, 거기에 조목조목 반박해내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나니
  오히려 그 교수가 내게 인상을 찌푸려도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한 번 쯤은 해봐야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단지 교수라고 해서 그의 말을 무조건 옳다며 헤헤거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홍성표 교수님은 정말 편하게 수업한다는 취지로 모하메드를 비아냥했고, '나라는 언급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나의 가정사를 은근슬쩍 꺼냈고, 친절함을 '컨셉'으로 잡는다는 설정을 열심히 세웠다.)

  허세를 부릴 때의 목적은 하나다.
  상대방이 감쪽같이 넘어가주길 바라는 마음.

  비록 나도 그 앞에서 직접적으로 욕을 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는 교수였고 나는 학생이니까.
  그래도 내 파워는 입증되는 것 같다. 내 논문은 (비록 스스로 오류를 찾아낸게 있어서 지금 수정중이고, 지도교수님의 도움 하에 보완중이지만) 천재적이고 무척 유용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고, 네이버 검색창에 홍성표라고 쓰면 내가 쓴 그에 대한 욕이 거의 탑으로 올라온다.
  나도 그 못지않게 비겁한 것 같지만, 그가 갑의 입장을 열심히 활용한 만큼, 나도 내 홈그라운드를 열심히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비겁하게 그의 면전에서 대놓고 욕을 못하고, 이렇게 틀에 갇혀서 욕을 써내고 있어도, 숨기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가 엄청난 자만심에 빠져서 당신 스스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는 것에,
  나 같은 놈이 있어서 자중시키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나는 내가 했던 행동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은 홍성표 교수가 말한 것처럼 하는건 분명히 아니다.



  개똥 철학? 기술자들은 한국은행 직원의 2배 월급을 줘야한다?
  이런 얘기는 술자리에서나 하지요. 수업시간에 당당하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 아닙니다. 당신이 당신의 잣대대로 적응시키려고 했던 학생이 그 말씀에 상처를 받았고, 실망을 했고, 어이를 상실했습니다. 아, 교수라는 인간도 저렇게 무식한 소리를 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교수라는 인간에 대해 어느정도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그걸 완벽하게 깨주신 분이기도 하니까요. 얻은게 없지는 않았군요. 감사합니다.

  이제 그만 내 악몽에서 물러가시지요.
  도데체 그가 누구길래 내가 그렇게 그를 욕하느냐 하는, 무척 많이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당신을 떠나보내고 싶습니다.

  계량경제학은 아깝지만, 어쨌든 함께 일하고 함께 공부하는 것은 사람이 좋아 한다는 내 태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정말 쌀밥 한 끼 먹기 힘들어서 독해져야 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태도는 불현듯 저만 그렇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사람이니까요.
  세상에 제 커리어를 좋아하는 응용 통계학 전문가는 많습니다. 당신과 친해지지 못한 것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아, 추가로 당신은 기술경제학은 좀 많이 못하시는 것 같네요.
  비유하자면 이런건 어떨까요? 제가 아는 멋진 형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저는 그와 대화도 많이 하고 친하니 저는 원자력에 대해 가르칠 자격이 있는 걸지도요. 교수님이 기술경제학을 가르치듯이 말이죠.

  홍성표 교수님. 제 이름 어떻게 읽고 계십니까?
  당신이 여전히 저를 이해하기 어렵다면, 앞으로 당신에게, 그리고 당신의 입장을 당신이 속 편하게 털어놓는 주변 동료 교수님들께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개념없는 행위에 주목하셨다면, 제 이름은 개념없는 유재성이 될 수 있겠네요. 너 얼마나 성공하는지 두고보겠다 하실수도요.
  저의 개똥철학에 주목하셨다면, 저는 그냥 미친놈일거고요.
  제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 모습에 주목하셨다면, 저는 뭔가 바쁘게 사는 아웃사이더이겠네요.
  제가 교수님께 보냈던 신호들에 주목하셨다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유재성일겁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교수님이 저를 끌어들이려고 그렇게 하셨을거라고.
  제게는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나는대로 생각하면 그게 그 이야기의 큰 배경이 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가 쓴 자서전에서는 솔직 담백을 무장하면서 당신을 이딴 식으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