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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움에 대한 생각을 풀어헤치기 전에,
  문장을 시작하려면 역시 '부끄러움'이란 말의 정의부터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역시 순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부끄러움이란 말을 사전적으로 어찌 잘 풀어냈는지를 분명하게 회상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말이, 아주 많은 (can see의) 경우와 더불어, 심지어는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숨겨두는 경우에까지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최근 들어서 이 말을 거리낌없이 사람들에게 직접 소구하기 시작하였는데,
  사실 이렇게 직접 소구를 할 때나, 그냥 속으로 담아두기만 하였을 때나,
  내가 이러한 기분을 느끼게 한 대상으로 하여금 한 층 양보, 배려를 자청하게 되고,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대상에 대한 더욱 큰 관심으로 이끌어지기도 한데,
  또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대상에 비해 내가 더욱 작아보이거나 창피해보이는 착시를 부르고, 더 심하면 자진 반성을 유도하기도 하였던 것 같다고
  이 말을 정리할 수 있다.

  이처럼 '부끄러움'이란 자신을 한껏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하여 나타날 수 있으며,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한 층 더 시야를 넓혀, 그에 대한 반응으로서 소구되는 행위의 하나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럽다는 말을 하기 시작함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자신의 옹고집을 버리는 일이 수반된다.
  사실 그렇지 않고서는, "쑥쓰럽다", "부끄럽다"와 같은 말이 쉽사리 튀어나오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서 자신을 낮춤에 따라, 행여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지는 않을까',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품게 되면, 이성이 섞인 '반(半)의지'로 하여금 방패 내지는 벽을 쌓게 되는데, 사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많은 소통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거기에 바리게이트를 딱 치는 그림이 그려지는 셈이니, 결코 좋은 방법이 되질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으로 거짓말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아주 예외의 경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단순하게 덕망과 능력과 선망과 자애로 사회를 꾸리고 살아가도 그 나름대로 열심히 발전하게 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이리도 복잡해진 이유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될 것을 계속 비꼬고, 돌려서 말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항상 남겨왔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연유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내게 '초식남'이라는 수식어가 최근에 붙어 들어오기도 하였고,
  또 몇몇 친구의 '외사랑'에 대한 심정을 상담한 바도 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들의 심정과 아마 비슷한 형태의 것을, 나 또한 지니면서 혼란해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 이성 친구가 예쁘다 생각하고 반하게 되면서
  버젓이 그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련의 고민의 여지가 없이 "난 너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솔직한 어필이, 오히려 나에게는 후련함으로 받아들여졌고,
  또한 상대 또한 건강하게 받아들여줘서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조금만 덜 성숙했어도, 또 조금만 덜 성장했어도 이로 하여금 어색해질 수 있었을 것이지만,
  조금 부끄러워도, 사실 명확한 선택을 위한 게임이론이 대인활동에도 적응되는 것이었던가?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에는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만 있는 것도 아닌
  반반씩 있다.
  나는 좋은 친구를 얻었고,
  좋은 경험을 했다.



  간혹 전통적인 여성드라마나 여성잡지 등에서, '나쁜 사람', '악역인 사람'의 표현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사실,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내게 주어진 소통의 자유, 이것을 내 능력껏 충분히 발휘하거나 컨트롤하는 과정을 담습하는 것이
  내게 그다지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지 않을 것인가, 나는 그리 생각한다.

  최근 보고 있는 기행 다큐멘터리에서, 한 자전거 여행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는 다음 여행지를 찾기 위해, 다시 지구본을 돌릴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지금 젊어서가 아니라,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여담으로, 제3자의 입장에서 이를 바라봐도, 건전한 마음으로서 소구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