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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당일날 쓰려다가 조금 시기가 지나버린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얼마전에 학교 과사무실에 들러서,
  등록금 분할납부 신청서를 제출하고 왔을 때의 이야기이다.

  과 사무실에서, 통화정책경시대회 참가 팀원들을 그대로 보게 되어,
  들어가자마자 놀랐었다.

  알고보니, 그 멤버가 모두 경제학과 학생회 소속이었다.
  각자 자리 하나씩을 차지하고, 어째 느긋한 분위기가 되어놓았는지 (당시 정신을 번쩍 켜놓고 있던 내 컨디션과 상관관계가 있어서 느끼게 된 기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투정을 부리던 여학우들이 거슬렸지만,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벽난로같은 훈훈함이 느껴졌다.
  그들도 나를 봤었다는 눈치이기도 했고, 또 내가 한 친구에게 넌지시 인사를 건네기도 하였다.
  한 때 학생회에 대한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이들도 똑같이 생각하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상당히 열심히인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뿜어져나오는 사람들이었고, 그것이 과사무실 안을 그렇게 나긋하게 덥혀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하고 멋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대단해.


  아무튼, 나긋함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라는 안개낀 고요함같은 먹먹함에서 우러나오는 예민함 덕분에
  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던 그들 또한 정성을 들이고 있었고,
  또, 당시 내가 제출하던 서류의 특성상, 내가 부끄러워할 것을 한편으로는 염려하여 배려하려 했던 마음이 느껴졌다.
  지난 시기 까지는 내가 학생회비를 미련하게 꼬박꼬박 납부를 해왔었는지, 내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잊어버렸지만, 어쨌든 다음 학기에 납부할 학생회비를 꼭 납부해야하는지 고민해야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은 시간이었다.



  계절학기 수업이 다 끝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는 가방을 메거나 책을 옆구리에 끼고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본 학기 중에 비할바야 못되겠지만,
  한 때, 방학 중에 학교를 거닐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너무 없어 적막함을 느끼던 내 경험속의 느낌과는 상당히 대비되었고,
  이 모습이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름 고생했다고 자기위안을 하면서, 최근 여유롭게 교양을 쌓고 운전연습을 하며 여유를 부리던 일상이 되어있다가,
  큰 자극 내지는 긴장을 느꼈을 때, 왜인지 설명하려면 많은 공을 들여야하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느끼게 되는 불편함은, 일부러 지니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나 또한 마찬가지고 말이다.
  이 불편함을 어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인데,
  일방으로 느끼는 스승님들께서는 이에 대하여
  아주 뻔한 응답을 주실 것이리라 생각된다.

  내가 더 어린 한 때,
  스스로 나름 상담을 청해놓고 찾아뵈어놓고는
  많은 응답을 주신 지도교수님께 "귀찮다"는 대답으로 반응을 비춰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참 솔직한 소구이기는 하다만, 또한 정말 엄청난 악담이었다고 뒤늦게 회상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현재의 나로서
  어떠한 선택이 옳다고 판단하게 되는지는,
  이 역시 아무래도 뻔한 답을 적어내려가게 될 양이다.

  - 소회 하나는, 그럼에도 내가 버림을 받지 않은 현실을 미루어보아,
  여전한 스승님들께 송구함이 깊어진 것을 고백할지어다.



  여태까지 내가 소구해왔던 마음은 진심이니까.
  고마운 일이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은 쉽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물론 어렵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었구나 하며 회고를 한다.

  제가 맘에 안들고 그러면, 계속해서, 더 마음껏, 더 많이 혼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