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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다이어리

소소함의 아름다움

Jae-seong Yoo 2009. 8. 23. 14:43

  불쾌지수가 높기 때문이었을까.

  썩 좋지 않은 기분을 삭히고, 그래도 무언가를 이끌어 보이겠노라고 오기를 부렸지만,
  마음과 몸은 따로 움직이는 하루였다.


  운전학원에 있을 때만해도 그렇진 않았는데,
  아마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본래 어떠한 성과를 보았어야 할, 일정한 준거목표 틀 안에서의 어떠한 특정한 일들의 미미한 진행상황에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냉큼 거실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책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꽃혀있는 책상의 아름다움을 과감히 버린 채,
  동생의 컴퓨터에서 구동되고 있는 게임 프로그램과 음원 재생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소음을 피해 거실로 도망온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창밖으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조용함 속에서 느긋함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책상에 꽃여있는 책들의 가지런함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내 책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오기로 하여금 나를 그 자리에 버티게끔 하였던 것인데,
  아쉽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일련의 체념이 반영된 생각으로 행동하고 나서는
  뜻밖의 만족감에 도파민이 급분출되어
  이를 찬양하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욕심은 가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난 겉모습에 대한 고귀함을 추구하지는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