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어제 아무것도 가져가서 보고하거나 하지 못했지만,

내가 판단했던 대로, 막 채여가면서, 정작 내 스타일대로의 흐름을 가지지 못했다면

이만큼 코딩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노력하고 말고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다가 간 것이 아니라,

사실 난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보고하기 직전이라고 막 무언가를 보여드릴 걸 만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하던 흐름을 그냥 그대로 보내다가, 잠시 일을 중단하고 학교에 얼굴만 비추고 온

그런 점이 평소와 달랐다.


진심으로 난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어제 빨래 돌리고, 밥 먹고, 샤워하고, 학교 다녀온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코딩을 했다.

내 코딩 실력이 빠르지 않다거나 할 것을 탓하려 한다면, 나를 쓰지 말아야 한다. 난 코딩하는걸로 밥 먹고 산 경험이 있고, 학위도 받은 사람이다. 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사람 구해서 할 수 있으면 어디 그렇게 해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도 부끄러운 실력은 아니라고 자부한다. 하물며 코딩 속도만 가지고 코딩 실력을 판가름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설령 그렇게 하려해도 당장 가까이에 있는 박사과정 학생과 견주어도 내가 빠른 것 같다.




하여튼 그냥 혼나더라도 그냥 맨몸으로 가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잘 한 것 같다.

멘탈이 무너졌으면 더이상 진행하지 못했을 것 같다.

기분은 좀 나쁘고, 자존심을 지키는데 애를 써야 했지만, 그렇게 유지한 멘탈 덕분에 결국 결과물이 나오기 직전까지 왔다. 기쁘다. 오늘도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열심히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 보니, 조금 늦은 시각이 되어버린 지금이라도 누워서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코딩하는 사람들에게 복지가 강조되는게, 이것이 바로 코드의 질적, 양적 생산에 크게 관계되기 때문이다.

닥달을 당해서 하고, 또 자기 자신을 닥달해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코딩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무너지면 코드도 쓰레기가 될 가능성이 많아지고, 결과도 엉망이 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내 컨디션을 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말이다. 솔직히 이건 내 고집인 것만이 아니라 십 여년 전부터 꾸준히 전세계적으로 발전되는 추세가 아니던가. 행여나 우리는 특별하다며 스피드업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건 그냥 퇴보하겠다는 거고, 발전된 모습은 매우 강력한 복지가 코딩하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IT 업계의 선두에 있는 기업들의 모습과 중하위에 있는 기업들과의 비교를 해보면 이미 답이 나온다.

특히 지금 내가 지내는 곳에서는 결과물의 내용이 무척 중요하다보니, 더 이상 채여살지 말자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겁을 먹거나 무언가에 채여서 멘탈이 무너져서 내 스스로 쓰레기 코드를 생성해내고, 그렇게 엉터리 논문이 만들어질, 혹은 아예 아무것도 만들 수 없는 상태까지 가버리는건 나 또한 원하지 않는다.




난 내가 못하거나, 무언가 원래 그렇게 닥달하며 일을 해나가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컴퓨터를 20년 가까이 만져왔던 사람이다. (나도 어떤 면에서는 전공자였지만) 순수 전공자들과 겨뤄서 꿇린 적이 없었고, 더러는 더 나은 성과를 많이 내왔던 사람이다. 지금 이 곳에서 그동안 은근슬쩍 불만을 삭히고 삭혀오면서 자존심을 억누를 때 내게 내재되어있었던 내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게 맞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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