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길을 가던 황희 정승의 눈에 농사꾼이 쟁기 왼쪽에 황소 오천마리 오른쪽에 검은소 오천마리를 붙들어매고 밭이랑을 고르는 모습이 들어왔다. 이 장엄한 광경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황희 정승이 물었다.
"어느 소가 일을 잘하오?"
농사꾼은 황희 정승에게 뚜벅뚜벅 걸어와서 말없이 정승을 나무 그루터기에 주저앉힌 다음 괴나리 봇짐에서 도시락과 노트북과 서버 오천대를 꺼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한밤중이 돼서 다시 돌아온 농사꾼이 꾸벅꾸벅 졸던 정승을 깨운다음 속삭였다.
"지난 육개월간 지나가던 나그네들의 코멘트를 마르코프 체인 언어 모델에 넣어 의미분석을 돌려본 결과 블랙모델에 대한 상대적 호감지수가 플러스 0.006 플러스 마이너스 0.017로서, 검은소가 일을 더 잘한다고 볼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데이터가 불충분하므로 트래픽을 늘려서 실험을 더 돌려봐야 합니다."
"아니 이보시오." 일곱 시간째 아무 것도 못 먹고 앉아 기다리느라 허기져서 골이 난 황희 정승이 말했다. "어느 소가 일을 잘하는지도 모르면서 소 일만 마리를 쟁기에 매어 밭을 간단 말이오?"
쟁기로 돌아가던 농사꾼은 그 말에 정승을 힐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 양반이 빅데이터를 모르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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