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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통계학 분야의 박사과정생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글입니다.) 


연구자로써 논문을 읽어내는 것은 피할수 없는 작업이다. 통계학 저널에 실린 수많은 논문들을 다 읽을수는 없는 일이고 또 어떤 논문들은 사실 읽을 가치가 별로 없는 것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논문을 읽어야 할지 또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 무언가 요령이 생긴다면 시행착오를 줄일수도 있을 것이고 해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소 주관적인 시각에서 "논문 읽기"에 대한 요령을 정리해 보았다. 


1. 먼저 저자와 연도를 확인하라. 


만약 여러분이 지금 읽으려는 논문이 20년 전에 쓰여진 논문이라면 그 논문은 이미 시장에서 평가를 받은 것이고 그보다 더 좋은 방법론을 실은 논문이 나왔을수도 있다.  아니면 그 논문이 정말 중요하다면 그 논문의 내용이 review paper 나 전문 서적 같은 곳에 이미 실려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출판된지 10년 이상의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굳이 읽어야 한다면 1시간 내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만 파악하는 형태로 논문을 읽는 좋다. 그리고 저자를 확인하고 그 사람이 이 논문을 쓸때 박사과정 학생이었는지, 조교수였는지, 아니면 정교수였는지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읽는 것이 전후 사항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애송이 시절에 쓴 논문은 아이디어는 좀 좋을수는 있지만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인듯. 


2. 논문의 종류는 크게 3가지 


통계학의 논문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이론 논문, 방법론 논문, 응용 및 사례 논문. 이렇게 3가지이다. 지금 읽고자 하는 논문이 이 중에서 어떤 범주에 속하느냐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진다. 이론 논문은 증명 위주일테니 제시된 theorem 들의 의미와 증명에서 사용된 툴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넘어가면 될 것이다. 방법론 논문은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한 것이니 그 제안된 방법론이 기존 방법과 어떤 면에서 차별화가 되는지 그리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위주로 파악하면 될 것이다. 응용 및 사례 논문은 이 논문이 어떤 면에서 실용적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사용된 방법론은 왜 적절한 것인지 이런걸 생각해 가면서 가볍게 읽으면 될 것이다. 



3. 수학에 쫄지마라. 


강의를 잘하려면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해야 하지만 좋은 저널에 논문을 실으려면 형식논리를 갖추어야 하므로 수학적으로 상당한 수준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따라서 쉬운 것도 어렵게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걸 다 일일이 따라가면서 읽으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좌절감도 생길수 있으니 그러한 디테일은 가끔씩 과감하게 스킾하면서 읽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만약 정말로 중요한 수학적 테크닉이라면 그건 두번째 읽을때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면 되는거고 초벌로 읽을 때에는 일단 스피드가 나야한다. 



4. 멘토나 공동 연구자와 토론을 


똑같은 논문도 읽는 사람의 내공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20페이지 짜리 논문을 한두 페이지로 요약해 보는 것도 좋은 훈련일테고 아니면 그 논문에 대해 토론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으면 더 좋다. 논문을 읽는 것은 아무래도 수동적인 형태의 학습이므로 보다 공격적인 형태의 학습을 위해서 질문이나 발표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서 혹시 그 논문과 관련하여 발표자료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서 만약 있는 경우 그걸 흩어보면서 리뷰를 해도 좋을 것이다. 가급적 수식을 피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5. 기술 보다는 시야


통계학적 지식이 축적되면 통계학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깊이와 넓이 중에서 처음에는 깊이가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넓이가 중요해지는 것 같다. 연구 주제를 정해서 논문을 읽는 것은 깊이를 증진시키는 것이고 그냥 세미나를 듣거나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넓이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일단은 자기 분야에서 세부적인 지식을 늘려서 깊이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시야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분야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법론을 적용해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한분야에서 뿌리를 내린 후에는 거기서 안주하지 말고 다른 분야로 자신의 지경을 넓히려는 자세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