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배진한 교수님께 2005-08-16
경제학과 유재성 입니다.
삼계탕이 끓는 말복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날씨는 무덥습니다.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통화정책 경시대회가 끝나고, 교수님께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하여 이렇게 안부 메일을 보냅니다.
저는 대회가 끝나고, 제 연고지인 충주에 내려가서 부모님의 일을 도와드리고 독서를 하면서 방학을 보내다가, 얼마전에 대전에 왔습니다.
교수님께 대회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결과를 보고하는 식의 형식적인 전화는 드린 바 있으나, 대회 준비과정과 대회 당시에 대한 에피소드를 그대로 말씀드린 적은 없는 것 같군요. ^^ 음.. 지금 말씀드리는건 이른바 '대회 후기'라고 할까요?
대회 나가기 직전에, 교수님께서 저희 팀원들에게 "너무 정석대로 나가는것 아니냐"는 말을 하셨었는데, 기억하실런지요. 사실 그것 가지고 팀원들끼리 말이 많았습니다. 물론 교수님 말씀에 팀원들 전원이 동의하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독창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아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요. 좋은 아이디어를 아무도 내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보고서 제출 전날까지 아이디어에 대한 것은 계속 미루고 미루다 포기하여 그냥 제출하고 '만들어져있는 보고서'만 가지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기에 이르렀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준비과정에서는, 이왕 제출한 것이니 하는수 없다는 마음에서였는지, '지금 한것도 잘 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머릿속에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큰 실수였다는 것을 대회 치루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서의 2005년 통화정책 경시대회 지역대회 수상팀은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최우수상 : 고려대학교
우수상 : 서원대학교
장려상 : 충북대학교, 대전대학교
가 차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보고서에 계량경제학을 이용하여 스스로 경제동향을 분석한 내용(그 분석 과정과 결과)을 삽입한 것입니다.
심사의원이 수상자 선정 후기를 발표할 당시, "한국은행에서 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따라가지 않고, 나름대로 (계량경제 등을 이용해서) 스스로 분석해보려는 노력을 한 점이 가상하여 점수를 많이 주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계량경제분석을 이용한 팀은 고려대, 서원대, 대전대 이 세 팀이었구요. 충북대학교는 고전적인 방식을 따라가기는 하였지만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에 대해서 다른 팀보다 우수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고려대학교는 분석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 대해서 에피소드를 3개로 나누어 그에대한 발표를 하고, 또 그 3가지 중에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 분석방법을 (그 이유와 함께) 소개하여서 다른 팀과 차별화를 하였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제가 교수님께, '다음에 다시 출전할 것이다'는 말을 넌지시 전해드린 걸로 기억합니다.
(함께 출전했던 무역학과의 송민우군과도 의기투합한 상태입니다.)
이번에 출전했을때 우리 팀에게 부족했던 것을 깨달았으니, 다음 대회때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아.. 그전에 저와 민우군에게는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군요. ^^;
(저는 내년 1월 말쯤에 입대를 하구요, 민우도 저보다 조금 늦기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것과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는 것이, 군복무를 마친 후에도 제 컴퓨터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대회 재출전 시기가 2~3년 뒤로 미뤄진다는게 아쉽습니다.
저는 방학동안에 계량 경제학을 공부하였구요. 이번 2학기때에도 계량경영학 과목을 수강할 계획입니다. (경제학과의 커리큘럼에도 계량경제학이 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설강되지 않았습니다.) 수학이나 통계과목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로써는 매우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잡계 경제학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이는 복잡계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주류 경제학에서의 seteris paribus assumption을 부정하고, 수확체증의 법칙이나 로크인(lock-in) 등을 적용시킨 것입니다. 이 학자들끼리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은 경제학에 생물학을 접목한다거나, 아니면 비선형동학을 접목한다거나 하는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주류파 경제학은 19세기 물리학의 균형, 안정 및 결정론적 동학에 기본을 두고 있지요.)
이는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패러다임'이라고들 하더군요.
저는 이것도 함께 공부하여서,
나중에 대회에 재출전할 때에는
'복잡계 경제학에 근거를 둔 통화정책 방향'을 소주제로 하여 보고서를 작성해 볼 양입니다.
이야기가 정말 길어졌습니다. 교수님께 그동안 드리지 않았던 말들을 다 털어놓으니 속이 정말 시원합니다. ^^
1주일 전만 해도 날이 흐리다 어떻다 오랫만에 비좀 오나 했던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적 없다는 듯이, 언제나처럼 날이 쨍쨍합니다. 밤만 되면 귀뚜라미와 매미가 울어서 잠을 설칠 정도입니다. (하하하)
교수님들은 학생들과 함께 방학을 맞이하시는가요? 전에 저희가 대회준비하는 동안에도 학교 연구실에서 지내셨던 교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교수'라는 생활을 하는 분들의 생활을 모르기 때문에 제가 철없는 소리를 해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개강입니다. 저는 이번학기에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하지는 않습니다만, 경상대의 수업이 대부분인 만큼 자주 뵐 수 있을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시나 지나가다가라도 자주 뵙게 될런지요.) 오랜 스승과 제자 사이처럼, 마주하면 교수님의 엄격함과 제자의 존경심이 공기속에 감도는, 그런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교수생활에 순풍이 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추신.
대회 당시, 한국은행 측에서 각 팀원과 지도교수에게 기념품을 증정하였습니다.
물론 교수님께 드리는 기념품도 저희가 받았습니다. 시중에서는 조금 비싸게 팔리는 기념품입니다만, 대회 끝나고 대전이 연고지인 김현정 선배(농경제 02)가 맡아서 전해드리기로 했었습니다.
교수님께 잘 전달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요즘 팀원들끼리는 각자의 생활을 하느라 민우군을 제외하고는 잘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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