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잠들기로 했다.
이런 습관은 의외로 꽤 오래전부터 생긴 것인데,
대학 학부생 시절에 군을 제대한 후 갖고 있던 것이 넘치는 체력이었던 때, 돈 걱정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요양으로, 1년을 휴학하며, "일을 많이 할수록 많이 벌 수 있다!"며 알바를 두탕 세탕씩 뛰며 학비를 성공적으로 마련했던 경험에서,
또 나는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다는 열등감 같은 것을 갖고 있는 편이기에, "그만큼 노력해야해!" 하는 패기 넘치는 생각으로,
그리고 복학해서도 여전히 체력이 남아 그 체력으로 잠을 하루 3~4시간씩 자며 공부하고, 시험기간에는 3~4일씩 밤을 새며 공부해서 성공한 경험에서
이렇게 이를 악물고 100m 달리기하듯 마라톤을 뛰면, 뭐든 성공한다는 마인드가 생겨난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언제부터인가 수업시간에 꼬박꼬박 졸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건 좀 문제였다.
일요일 밤에는 항상, 월요일에 대한 준비 면에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있기 마련이고,
어젯 밤도 다르지 않았는데,
그냥 잠들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일어나보니,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직 나는 젊지만, 그래도 이제는 매일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나름 워커홀릭에 속하는 편이고, 여전히 일을 많이 할수록 돌아오는게 많다는 주의인데
아마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기고 한다면,
오늘 잠을 잔 만큼 컨디션을 챙겼기에, 오늘 하루 정말 내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만큼,
휴가를 보내며 가족을 챙기면, 그만큼 마음 속에 든든함이 자리잡아 내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일을 더 잘 해나갈 수 있어진다는, 그런 여유가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