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다이어리

그냥 잠들기로 했다.

Jae-seong Yoo 2015. 10. 19. 06:39
당연히 진지하게 마음먹고 박사과정에 입학한 만큼, 학기 초부터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며 생활을 해왔던 것 같다.


이런 습관은 의외로 꽤 오래전부터 생긴 것인데,

대학 학부생 시절에 군을 제대한 후 갖고 있던 것이 넘치는 체력이었던 때, 돈 걱정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요양으로, 1년을 휴학하며, "일을 많이 할수록 많이 벌 수 있다!"며 알바를 두탕 세탕씩 뛰며 학비를 성공적으로 마련했던 경험에서,

또 나는 기본적으로 남들보다 똑똑하지 못하다는 열등감 같은 것을 갖고 있는 편이기에, "그만큼 노력해야해!" 하는 패기 넘치는 생각으로,

그리고 복학해서도 여전히 체력이 남아 그 체력으로 잠을 하루 3~4시간씩 자며 공부하고, 시험기간에는 3~4일씩 밤을 새며 공부해서 성공한 경험에서

이렇게 이를 악물고 100m 달리기하듯 마라톤을 뛰면, 뭐든 성공한다는 마인드가 생겨난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언제부터인가 수업시간에 꼬박꼬박 졸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이건 좀 문제였다.


일요일 밤에는 항상, 월요일에 대한 준비 면에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있기 마련이고,

어젯 밤도 다르지 않았는데,

그냥 잠들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일어나보니,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직 나는 젊지만, 그래도 이제는 매일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나름 워커홀릭에 속하는 편이고, 여전히 일을 많이 할수록 돌아오는게 많다는 주의인데

아마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기고 한다면,

내가 잠을 안자고 공부해야한다는 고집을 내려놓은 것처럼, 일을 잠시 내려놓는 경우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오늘 잠을 잔 만큼 컨디션을 챙겼기에, 오늘 하루 정말 내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만큼,

휴가를 보내며 가족을 챙기면, 그만큼 마음 속에 든든함이 자리잡아 내가 더 안정적으로 앞으로 일을 더 잘 해나갈 수 있어진다는, 그런 여유가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