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서자.
그동안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고의적으로 나를 방해해왔던 일들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악몽을 꾸어서는, 억울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어느 순간 이 생각이 들어
시간 날 때 주욱 수집 해서 정리할 생각이지만
당장 조금 긁어모아 보았는데 의외로, 생각보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것이 나왔다.
진짜 빼도박도 못할 증거물들.
예전 전화기를 버리지 않은건 내가 잘 한 일이었고,
카톡 대화 내용을 그동안 주욱 저장해왔던 내 습관은 큰 도움이 되었다.
심지어는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도 있었다. 내가 이런 것도 녹음해왔구나. 누가 들어도 터무니없을 내용이 담긴 것들이 많다.
대박이다. 내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니.
내가 컴퓨터를 좀 다루는 사람으로서 생긴, 좀 심하면 편집증같은 습관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다 그동안의 사회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법정에서는 원고나 피고의 주장, 증인의 주장보다 이런 확실한 증거물이 훨씬 잘 먹힌다.
평소 같았으면 미친놈, 쓸데없는 짓으로 여겨지는 이런 것들이, 이럴 때는 굉장히 유용하다.
이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최악의 경우로서 인간적인 면을 다 끊고 일어날 일을 상상하곤 했는데
계속되는 악몽에 시달리다보니, 결국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수집하기로 한다.
당장 뭘 할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제 앞으로 대처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만약 고의적으로 또 뒷통수를 때리고, 나를 모함하거나 엿먹이거나 할 여지가 있거나,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면
난 이제 그냥 혼났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로 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생각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날 공부시키거나 할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다.
내가 컴퓨터를 좀 한다는 걸 알고, 이걸 이용해먹고 필요한 것만 뽑아먹고 버릴 생각이었다.
(이렇게 느낀 이래로, 난 앞으로 계속 유익하게 쓰일 도움이 될만한 것은 더이상 도와주지 않고 있다. 알려주는 일 자체가 피곤한 일이거니와, 고마워하지도 않는다는걸 뼈저리게 느낀지 오래다.)
그리고 내가 변명하면, "니가 잘했어야지.", "노력좀 하지 그랬어."라고 하겠지?
이제 난 그런 거에 반성하는 기미를 보여야 하는게 아니라, 당신이 이렇게 잘못했다고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하러 왔는데, 이렇게 공부를 못하게 만드는 곳이라면 왜 왔나 하며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는데 왜 욕을 먹나 하는 상황 하며
어차피 자퇴할까 하는 생각을 원래 했던 것인데, 억지로 억지로 버텨왔던 것. 이제 난 잃을게 없다.
이제 내 맘대로 할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갈거고, 내가 원래 갖고 있던 원래 모습도 되찾을거다.
지금까지 의리로, 의로, 예의로 버텨왔지만, 앞으로 다시 또 깨지는 순간, 이제 더이상 의리따위 버리기로 했다.
당신의 말 중에 맞는건 많지 않다는 것을, 또 당신이 옳은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더이상 내가 손해보진 않을거다.
난 아버지에게 의지하는 것이 무척 꺼려지지만,
오랫만에 아버지 친구분께 안부인사를 드려야겠다.
자. 이젠 맞서자.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는 순간에 이르면, 나서자.
많이 참았다. 그동안. 성질은 나도 있다. 몸이 약해지며 정신도 약해졌었지만, 그래도 강했던 기억, 강했을 때 어떻게 해서 이겼었는지의 경험은 있다.
당신과 나 사이의 티끌만한 의리가 어디까지 가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