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다이어리

큰 선택에 비해 돌아온 초라한 모습

Jae-seong Yoo 2014. 3. 9. 23:54

솔직히 내가 이 시간에 다른걸 못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시간 동안에 다른 것을 했으면 좋은 대우를 받으며 차근차근 미래도 쌓아갔을텐데

꿈을 먹으며 석사과정을 밟아온 큰 결정이

지금 내게 이런 대우를 하고 터무니없는 욕과 돈을 받으며, 묵살되는 내 의견에 와전된 평가 등등에 그저 그 과정을 차근차근 참다가 몸과 마음의 병만 얻는다는게

이게 지금 옳은 길인가, 앞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날 자꾸 괴롭힌다.


지금이라도 떠나는 것이 옳은걸까?

솔직히 공부를 하는 것이 정말 재밌고, 이걸 안하면 앞으로 후회할 것 같기는 한데

꿈을 버리는게 내게 옳은 선택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 때문에 억지로 하기 싫은걸 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러면 내가 그동안 꿔왔던, 공부를 하고자 했던 꿈은 뭐였고,

내가 그동안 한건 뭐였지?


원래 이 바닥이 이런 바닥이라는걸 깨우친 좋은 인생경험 정도로 끝나야 하는건가?

그럼 내가 공부를 하고자 해서 들어온 이 길이, 사실은 공부를 하기 위한 좋은 길은 아니었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게 말이 되나?

내가 이 상황에서 무언가 결정했을 때, 그것이 멋있는 결정이었다고 앞으로 남들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후 나는 행복해졌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또 그만두지 않고 내가 어거지로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하고싶어서 함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취업난에 시달려서', '여기에 나와야 무언가 미래가 보장되어서', 뭐 이딴 소리나 듣게 되어야 하는걸까?

난 취업난 같은 걱정을 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그러면 오히려 취업을 하는데 발목을 잡은 시스템이 잘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내가 하고자했던 것과 다른 엉뚱한 일이나 해대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게 굉장히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는 일인줄도 모르고,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키는 이들을 위해?

단지 독보적인 내 특기가 이것이기 때문에 오직 나만 이를 전부 다 해야하고?

그리고 안해준다 그러면 사회생활을 그렇게 하면 안된다느니, 예의가 없다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터무니 없는 요구를 받으면 이것은 안되는 일이라고 하는 순간 실력이 없다느니

그런 소리를 듣게 되겠지?

내 시간과 내 입장, 내가 쌓아왔던 일들에 대한 배려는 받지 못하는거겠지?

그리고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지 하며 자괴감을 느끼겠지?

대들면 말대답을 한다고 또 혼나게 되려나?

하긴 그들에게는 우습게 보이겠지?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던 내 삶은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 오히려 이런 악역 하나 만들어서 씹어야 재밌겠지?

열심히 살아왔던 내게, "열심히 하지 그랬어"... 그렇게 모든 책임은 내게 또 돌아오겠지?

그리고 또 다시 '나는 왜 이런 폭탄을 쥐고 있어야 하나' 하며 시작되는 자괴감의 반복...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