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다.
오늘 나는 즐거웠다.
최근 나는 즐겁고 행복했다.
기존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어달 전만 해도 나는 무척 힘들었다.
그 전에도 계속 힘든 일을 많이 겪고, 힘든 티를 많이 내기도 했다.
어려워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순간 나는 무언가 억울했던 한 편에서의 외로움을 느꼈다.
당연히 함께해야한다고 했던 이들을, 내가 뒤돌아서서 외면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며 나를 등지고 있다.
자기들끼리 술렁술렁. 나는 그들의 말이 매번 들려올 때마다 황당해하고, 고민하고, 화내고, 무언가 하나씩 터트리고, 해결을 생각하고 그랬지만, 이젠 굳이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은 여럿이고 난 혼자였다. 그들끼리 떠올리는 공상 영화에 나는 그저 악역이었을 뿐이다. 진실이고 뭐고 그냥 미워하는 데에 당해낼 재간이 없어서 나도 그냥 포기하고 진실을 퍼트리고 등을 돌렸다. 앞으로도 퍼트릴거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영원히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이미 찍힐 사람은 찍혀있다. 난 이제 내게 똥물이 튀지 않게 하고자 철벽을 쌓아간다.
멋진 모습이다. 이런 경우가 언제 또 있었을테고 앞으로 또 언제 있겠냐 싶다.
이런 일이 생긴 계기를 떠올려보았다.
처음에 그가 내게 했던 말이 우선 떠올랐다.
"형, 불법을 좋아하는가?"
나는 1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이내 거절하였는데, 그 다음날 그는 다른 이에게 똑같이 제안했고, 그 다른 이는 그걸 승락했고 좋아했다.
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지만 그냥 참았다. 그리고 그 불법을 그들은 나누려 했지만 나는 양심을 지켜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난 뒤, 이번엔 그 다른 이가 불법을 요구했다.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았고, 난 무섭고 불안했다. 그렇지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양심과 관계, 둘 다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조용히 눈을 감았지만, 결국 그 일은 터져버렸다. 그리고 배신자라는 낙오를 찍을 타겟은 내가 되었다.
내가 타겟이 될 기미가 보일 때에, 난 바쁘기도 했고 상황 파악이 완전히 되지도 않아서 잘 대처하고 해결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상황이 파악되어감에 따라 침착하게 상황을 계산해보았는데, 차라리 내가 타겟인 것이 앞으로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 결과를 얻어냈다.
결론적으로 계산 결과는 옳았다.
이렇게 일을 정리한 뒤, 나는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잘못한걸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들의 생각에 공감해주고, 함께 행동하지 못했던 점이 잘못인 것 같다. 그들과 계속 함께 하고자 했다면, 그냥 눈을 감고 신경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 했었어야 했다.
사실 그 일이 터질 줄 몰랐기 때문에 어쨌든 난 그들과 등을 돌리게 될 만한 행동을 한 것이 맞다. 외로워져야할 일만 남았다.
결과적으로 양심과 관계 둘 다 놓칠 수 없었지만, 결국 관계는 지켜내지 못해서 지금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쉽게 계산이 되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 나는 이들 때문에 무너질 만큼 이들로 인한 외로움이라는 충격을 크게 받지는 않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를 메꿔주는 곳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했을 때, 난 행복했다.
그런데 그 당시 양심마저도 지켜내지 못했었다면, 사실 지금의 내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만큼 행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있는 이 곳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오해와 약간의 계산된 행동으로 인해 잃은 관계.
하지만 난, 애초에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했을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
비꼬고 싶다. 미치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러지 말라고 하신다.
그럼 그러지 않을 수밖에.
다만 걱정되는건 자꾸 왜곡되는 진실이 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도 가만히 안있을 수 있다.
물론 난 그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고, 더 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고, 진실을 어필할만한 여지도 내가 훨씬 유리하다.
단지 그들의 거짓을 몇 번씩 보고 나니, 불안하고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진실을 끊임없이 회고하며 반면교사 삼고, 늘 잊지 않으며 지내야한다.
내가 전에, 인사를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런 인사말이나마 남겨야겠다.
"너희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행복했다. 의미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너희들도 뉴스를 보면서 누가 비리를 저질렀네 하면 그 사람을 욕하겠지.
간혹 나는 그게 아빠이거나 엄마이거나 형제이거나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했는데,
난 그 기분을 느낀 것 같네. 고마워.
내가 행복해질 수 있었던건 결과적으로는 너희 덕분이야."